한여름의 작은 사치, 빙수의 변천사와 현대의 빙수 시장
김창협의 시 ‘착빙행’은 조선 시대의 여름 별미였던 얼음을 멋지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냉동 기술이 없던 당시, 여름에 얼음을 즐기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얼음이 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빙수는 여전히 여름철의 ‘스몰 럭셔리’로 여겨집니다.
특히 한 그릇에 10만 원이 넘는 호텔 빙수들이 등장하면서 그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호텔 빙수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빙수의 역사: 대중 간식에서 한입 사치로
빙수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에서 눈과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것이 그 유래입니다.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 얼음 우유를 베네치아로 가져갔다’고 기록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이 하사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존재였던 얼음은, 일제 강점기 제빙 기술이 도입되면서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습니다.
1921년 동아일보는 ‘경성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빙수집이 187곳, 조선인이 운영하는 빙수집이 230곳으로 도합 417곳’이라고 기록했습니다.
빙수는 이후 수십 년간 서민의 여름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팥과 떡을 고명으로 얹은 ‘팥빙수’가 대세였습니다.
여름철 빵집에서는 팥빙수를 시즌 메뉴로 내놓았고, 집에서도 팥과 얼음을 얹어 빙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1990년대 외식산업이 발전하면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도 빙수 메뉴가 등장했습니다.
팥을 즐기지 않는 소비층을 겨냥해 과일과 젤리를 올린 빙수들도 나왔습니다.
빙수 시장의 변화와 현대의 트렌드
빙수 업체는 유행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했습니다.
2000년대 과일이 듬뿍 담긴 빙수로 인기를 끌었던 캔모아는 커피 열풍에 밀려났고, 팥맛으로 승부를 보던 밀탑도 2021년 현대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면서 빙수 제왕의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2010년 부산에서 시작한 퓨전 떡 카페 ‘시루’는 인절미 빙수를 내놓으며 ‘설빙’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2018년 빙수 업계 최초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입점한 설빙은 빙수를 사시사철 즐기는 K-디저트로 자리매김시켰습니다.
특급호텔들도 빙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008년 제주 신라호텔은 제주 망고 농가를 돕기 위해 ‘로컬 식재료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빙수를 선보였습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2011년부터는 서울 신라호텔에서도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특급호텔들이 너도나도 고가 빙수 메뉴를 내놓으면서 ‘럭셔리 빙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내세운 빙수
빙수의 재료는 다양해지고, 크기도 커졌습니다.
과일과 단맛으로 무장한 빙수 한 그릇의 칼로리는 1000㎉를 훌쩍 넘기도 합니다.
재료가 풍성해진 만큼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빙수 역시 올해 가격이 소폭 올랐습니다.
투썸플레이스의 애플망고 빙수와 우리팥빙수는 각각 1만4000원, 1만2000원으로 작년보다 500원, 1000원 올랐습니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선보인 망고 빙수(1만2000원)보다 2000원 비싼 가격으로 올해 신제품인 복숭아 빙수(1만4000원)를 출시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가 오른 데다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빙수의 주재료인 국내산 팥의 중도매 가격은 5월 27일 기준 40㎏당 49만7400원으로 전년 동기(40만4900원) 대비 20%가량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1만 원 이하로 빙수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가성비를 앞세운 ‘1인 빙수’ 3종을 판매 중입니다.
팥인절미 빙수, 망고요거놀라 빙수, 초당옥수수 빙수 등 1인 빙수의 가격은 6300원입니다.
이디야커피 측은 “합리적인 가격에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1인 빙수’ 3종은 전체 빙수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한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빙수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엔제리너스 팥빙수 2종도 7000~8000원대입니다.
호텔 중에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곳이 있습니다.
파르나스 호텔이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로비 라운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밤양갱 팥빙수’와 ‘토마토 빙수’의 1인용 가격은 3만5000원입니다.
타 호텔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망고 빙수도 1인용 메뉴로 4만2000원에 선보였습니다.
파르나스 호텔 관계자는 “원래 2022년까지 판매하던 1인용 빙수를 지난해 출시하지 않았는데, 다시 메뉴로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현재 전체 빙수 주문의 30%가 1인 빙수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고가 빙수 시장의 문을 연 제주 신라호텔도 지난 4월 한 달간 쁘띠 애플망고 빙수를 3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판매하는 애플망고 빙수와 같은 품종인 제주산 애플망고를 사용했지만 기존 망고보다 사이즈가 작습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사이즈는 좀 작지만 맛은 뒤지지 않는 망고를 미리 맛보도록 한정 출시했던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럭셔리 빙수의 고공행진
전반적으로 특급호텔의 망고 빙수 가격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호텔 업계도 원가 상승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제주 농가에 따르면, 최상품 제주산 애플망고는 5개에 15만 원을 넘어섭니다.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빙수에 최상품 국산 망고 1.5~2개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부재료들도 가격이 모두 올라 원가가 판매가의 65%를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가장 비싼 빙수는 시그니엘 서울 79층 ‘더 라운지’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제주 애플망고 빙수입니다.
지난해(12만7000원)보다 2.4% 인상된 13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지난해 제주 애플망고 빙수의 가격을 전년보다 31% 올린 12만6000원의 가격을 올해도 적용했습니다.
서울 신라호텔도 올해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9만8000원)보다 4.1% 오른 10만2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9만5000원),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9만3000원), 롯데호텔 서울(9만2000원),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9만 원), 시그니엘 부산(8만 원), 안다즈 서울 강남(7만5000원), 그랜드 워커힐 서울(7만3000원) 등도 고가 빙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보다 빙수 가격을 내린 호텔도 있습니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는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8만5000원)보다 내린 7만7000원에 책정했습니다.
망고 수급을 안정적으로 하게 되면서 풍성한 재료는 그대로 살리고 가격만 내렸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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